[파주에서] 창간 4주년 특집 4 - 우주최조 마을 드라마 - '문, 발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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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창간 4주년 특집 4 - 우주최조 마을 드라마 - '문, 발리에서 생긴 일'
세계최초, 마을드라마 ‘문,발리에서 생긴 일’시사회 성황
(마을 드라마 제작진인 작가, 감독, 스텝들)
11월 2일 파주시 교하의 ‘교하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마을 드라마 시사회가 있었다. 소극장은 호기심과 기대에 찬 관객들로 만석을 이루었다. 마을 드라마를 총괄 지휘한 김선재씨(51,드라마작가)는 이 드라마가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극본을 창작하고, 촬영과 편집을 공부해서 촬영을 하고, 연기강사를 초빙하여 연기지도를 받아 연기를 한 ‘마을 공동 창작물’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도는 그 어디에서도 없었기에 세계최초, 우주최초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오늘이 ‘마을 드라마’라는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날인 것이다.
마을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지역에서도 뜨거웠다는 사실은 시사회장이 만석을 이루었다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에 한겨레신문의 조현기자는 공동체의 취재를 모아 저술한 저서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에서 문발동을 가장 앞에 세웠다. 그만큼 문발동은 마을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사회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내용과 영상이 아주 훌륭해서 잘 만들어진 독립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라고 극찬했다. 산내마을에 거주하는 30대의 김미정씨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참 재미있겠구나. 그저 과정의 재미만 막연히 떠올렸는데 시사회에서 드라마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라며 감탄했다. 드라마의 내용도 탄탄했고, 나름 감동의 코드도 포함하고 있어서 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직의 드라마 작가와 촬영감독이 중심을 잡아서 드라마의 품질을 보증했고, 평생 연기를 꿈으로만 간직하던 마을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끼를 발동한 것이다. 그 긍정의 힘이 긍정의 평가를 견인하고 있다. 김미정씨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마을과 공동체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며 “마을 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옆, 내 옆에 든든한 지원군이 여러 명 있다는 안도감 같은 거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도 멀리 떨어져 살면 어느 순간은 그저 혼자인 것 같거든요. 그 마을 참 탐나더라고요” 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가 있다면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마을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마을사람들이며 초보연기자들이다)
제작과정의 실무를 맡아 온 장지영씨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마을 공동체 사업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지만 ‘마을 드라마’라는 장르가 너무나 뜬금이 없었는지 청구한 예산이 절반 아래로 깎여서 1,3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 지원금 전액은 드라마 극본, 촬영과 편집, 연기에 대한 강사료와 촬영을 위한 장비 임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김선재 총감독에 따르면 보통 60분 단막 드라마를 찍는 데는 대략 3억 정도 제작비가 드는데, 1300만 원으로 60분 드라마가 가능했던 것은 마을의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온 마을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무료 참여하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2화 ‘통장의 발견’ 편의 주인공을 맡은 박경희씨는 안식년의 휴가를 통째로 이 드라마 출연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사회에서 그 일이 가장 보람 있는 결정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촬영 중인 ‘마을 드라마 팀’ 마을사람들은 틈나는 대로 자원봉사로 촬영에 일조했다.
(연기강사 최민혁(87년 생). 마을 사람들이 연기에 관심을 보이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드라마 대본쓰기를 시작한 4월부터 촬영이 마감된 10월까지 6개월의 긴 시간동안 마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연기자로, 스텝으로 기꺼이 동참하며 드라마 제작을 함께 했다. 그 시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을 관통하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불가사의하게도 지치지 않았고 오히려 열정과 기대를 키워나갔다. 그 설명되지 못하는 힘이 문발동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파주시장 최종환, 시의원 박은주. 박의원은마을 공동체 활동에 좀 더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최종환 파주시장도 바쁜 와중에 시사회에 참석을 했다. 시장과 동행한 한 박은주(파주시의원)의원은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품질을 논할 만큼의 식견은 없지만 연기나 촬영, 편집 등 어색한 부분 없어보였습니다. 한번 상영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며 파주시의 다른 지역에도 문발동의 얘기를 보여주는 자리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인위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보다 즐겁게 모여서 재미있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 마을회관 짓기나 꽃길 가꾸기, 벽화 그리기 같은 사업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으며 문발동의 마을드라마는 아주 좋은 예가 되어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훌륭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기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한편 경기도는 2023년까지 656개의 공동체 전문가 일자리를 만들고 채용된 전문가들을 통해서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지난 달 5일에 발표했다. 공동체 활동의 필요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발동의 이와같은 자발적인 공동체 활동은 의미가 아주 크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 문발동 사람들은 놀이를 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마을 드라마에 출연했다. 실제로 문발동에 존재하는 마을합창단 ‘파노라마’의 리더인 조형근 교수가 연기인지, 실제인지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문발동 현상을 전적으로 우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각자도생이라는 각박한 현실은 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공동체는 각자의 개성이 희생되는 또 다른 함정이 되기도 한다.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고, 그 개성이 공동체에 힘이 되어 주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농촌 공동체마저 위기에 빠진 오늘날, 공동체는 지금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본 기자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문발동의 실험은 흥미롭기만 하다. 일단은 좋은 방향으로 들어섰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마을 드라마를 찍자는 이야기가 무성한 가운데 문발동은 또 무슨 도발적인 일을 벌일지 사뭇 기대감이 돋는다.
허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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